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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14

Poppy Poppy 너는 그 오랜 세월 때 되면 불타는 가슴 열고 소리 없이 기다렸는데 나는 그 오랜 세월 문 닫고 지내다가 하필 바람 부는 날 만나러 왔다 시린 가슴 웅크린 네 앞에 (2019년 4월 9일, Antelope Valley Poppy Reserve에서) 2020. 7. 30.
성城 성城 / 옹달샘 성을 쌓았소 많이 쌓았소 지금도 쌓고 있소 첫 성이 무너졌소 둘째 성이 무너졌소 셋째 성이 무너졌소 넷째 성이 무너졌소 다섯째 성이 무너졌소 여섯째 성이 무너졌소 일곱째 성이 무너졌소 여덟째 성도 무너졌소 아홉째 성도 무너졌소 열째 성도 무너졌소 열한째 성이 남았소 열두째 성이 남았소 열셋째 성도 남았소 남은 건 무너질 성이오 쌓은 건 무너진 성과 무너질 성 뿐이오 안 무너지는 성도 있소? 있소! 천성天城 -옹달샘- 2020. 7. 21.
신호등 신호등 네거리에 삼색 등 가야 하고 돌아야 하고 서야 한다 파란 자동차 가고 노란 자동차 돌고 빨간 자동차 선다 내가 삼색 자동차다 가고 돌고 서고 신호등에서 - 옹달샘 - *월간 창조문예 2014년 10월호 / 미주 동포문단 특집 2020. 7. 16.
코로나 때문에 한번 만나기도 쉽지 않은 일을 두 번째 겪었다. 코로나 땜에 두달 째 집콕하고 있는 중에 이만한 즐거움이 또 있을까. 고마운 생각이 든다. 하고 많은 갈 곳 중에 하필 여기에 와서 그것도 두 번이나. 한 번에 두 마리씩. 4월 29일에 두 마리 태어나 5월 13일에 떠났는데,빈 둥지만 남겨두고...사흘 후인 5월 16일 아침. 한 마리가 다시 날아와 자리를 보고 가더니, 얼마 후 돌아와 둥지를 틀고 앉았다. 또 두마리를 낳아 꼭 한달 후인 6월 14일에 떠났다. 2020. 7. 14.
새(鳥) 무덤 참새보다 몸통 길이는 조금 짧고 몸집은 조금 뚱뚱하다. 뚱뚱하다기보다는 똥똥하다는 표현이 더 나을 것 같다. 전체적으로 동글동글한 몸집인데 목에는 노란 바탕에 약간 푸른빛을 띤 보드라운 깃털을 두르고 있었다. 고것이 내 눈에 보인 것은 종일 불볕을 뿜어내던 해가 열기를 거두고 뉘엿뉘엿 서산으로 넘어갈 무렵이었다. 옆집과 사이를 나누고 있는 화단 가장자리에 두 장쯤 높이로 쌓아놓은 벽돌담 위에 새는 다리를 구부리고 앉아있었다. 담 위에 새 한 마리 앉아있는 것이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고 난생처음 보는 것도 아닌데 왠지 관심이 갔다. 내가 가까이 가는데도 새는 고개를 곧추 세운 채 물두멍 같이 까만 눈동자로 나를 쳐다보며 꿈쩍 않고 앉아있었다. 한 여름이라 더위를 먹었나? 주변에는 새가 쪼아 먹을 만한 물 한.. 2020. 7. 12.
밟지 마라 떨어진 꽃이라고 낙화(洛花) 밟지 마라 떨어진 꽃이라고 너도 떨어질 날 있을 것이다 매어 달린 꽃도 예쁘고 떨어진 꽃도 아름답다 꽃이니까 시들지 않는 꽃이 있으랴 떨어지지 않는 꽃이 있으랴 나도 그렇다 너와 나 때문만 아니다 공원이 아름다운 건 떨어진 꽃 때문이다 - 옹달샘 - 2020. 7.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