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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14

일생(一生) 황모黃毛 무심無心 먹물로 감추고 닳고 꺽이고 버려져 글 되고 그림 되고 노래 되었다 붓筆 -옹달샘- *좋은 붓을 가리켜 당황모(唐黃毛) 무심필(無心筆)이라 한다. 중국에서 나는 족제비의 꼬리 털로 만든 붓이다. 아무리 좋은 붓이라도 닳고 꺾이고 버려진다. 제 몫을 다하느라 먹물을 뒤집어 쓰고 닳고 꺾이고 버려지지만, 붓은 글로 그림으로 노래로 남는다. 내가 붓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 붓이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2020. 6. 30.
연 못 나는 농촌에서 태어나서 자랐기 때문에, 방학이 되면 시골집으로 내려가서 농사일을 거들곤 했다. 대개 천수답(天水畓)이 많아서 여름에 가뭄이 들어 비가 제때에 내리지 않으면, 벼논에 물을 끌어대느라고 마을의 보(洑)치는 일도 도와야 했다. (평소에 물이 좀 고여 있는 개울을 깊게 파서 물을 끌어대는 것을 보를 친다고 말한다.) 우리 논(畓) 옆에는 다행히 연못이 두 개가 있어서, 가뭄이 들어도 논에 물 대는 걱정은 별로 하지 않고 벼농사를 지을 수 있었다. 벼가 한창 푸르게 자랄 즈음이면 아침 일찍 일어나, 자전거를 타고 집에서 약 오리(2km)쯤 떨어진 곳에 있는 논으로 가서, 자전거를 연못가에 세워두고 논배미마다 물이 제대로 채워졌는지 물고를 검하곤 했는데, 그러던 중에 나는 이상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2020. 6.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