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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울 이야기

내 뜻대로만 되는 것이 아닙니다

by ongdalsem 2021. 4. 20.

  그리스도인들을 핍박하는 일에 앞장 서 있던 내가, 갑자기 딴 사람이 되어 오히려 열심히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 것을 며칠간 두고 보던 유대인들은, 나를 그냥 두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죽일 궁리를 했습니다. 내가 다메섹 성을 빠져 나가기 전에 잡아 죽이려고 성문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 낌새를 알아차린 예수 믿는 제자들이, 밤중에 나를 광주리에 담아 밧줄을 이용해 성벽 밖으로 달아내려 죽음을 피하게 했습니다.

 

  나는 그 길로 아라비아 광야로 가서 거기 조금 머물다가, 다시 다메섹으로 돌아가 복음을 전했습니다. 이방인의 사도로 부르심을 받은 확신은 있었지만, 바로 예루살렘으로 가서 다른 사도들과 교제하는 일을 하기 보다는 조용한 시간을 가지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는 일을 먼저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3년 후에 예루살렘으로 올라갔습니다. 3년 전에 예수 믿는 사람들을 핍박하기 위해 예루살렘을 떠났던 내가 이제는 예수가 그리스도임을 증거 하는 사람이 되어 되돌아 간 것입니다.

 

  거기서 사도 베드로를 만나 함께 보름을 지내며 다른 사도들을 만나려 했지만 야고보’(예수의 형제)외에는 아무도 나를 만나주지 않았습니다. 내가 어떻게 변했는가를 들어서 알고 있던 바나바가 나를 사도들에게 데리고 가서 내가 변했으며 옛날의 그 사울이 아니라고 설명을 하는데도 나의 전력을 아는 예루살렘에 있는 다른 사람들은 나의 사도됨을 쉽게 믿으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거기서 담대하게 예수가 그리스도이심을 전했습니다.

 

  사람들은, 나의 행동을 예수의 가르침을 따르는 자들을 색출하기 위한 위장전술로 간주하고 좀 더 지켜보려는 눈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 소문을 들은 예루살렘에 있는 헬라 파 유대인들은 아예 나를 죽여 없애려 했습니다. 사태가 매우 심각해져서 나는 일단 몸을 피해야하겠기에예루살렘에서 서남쪽으로 약 37km쯤 떨어진 지중해 연안에 있는 가이사랴로 우선 피신해 있다가, 고향인 다소로 내려가 거기서 13년을 조용히 지냈습니다. 전에는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못할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매사 그렇게 쉽게 내 뜻대로만 되는 것이 아님을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유대교의 큰 지도자가 되겠다는 부푼 꿈을 품고 떠났던 고향 다소로 다시 돌아갔을 때, 나는 이미 유대교와는 절연(絶緣)한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만났지만, 그분을 위해서도 한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다메섹에서도 예루살렘에서도, 나의 뜻과 계획은 모두 빗나가고 말았습니다. 아무 것도 이루어진 것이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고향에서 뚜렷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고향으로 돌아간 나는 실패자와 다름없었습니다. 그곳에서 13년이라는 기나긴 날들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나는 그 긴 세월동안 가업인 천막 짓는 일을 하고 살았습니다. 그래도 마음속으로, 언젠가는 하나님이 길을 열어 주실 것을 믿고 기다렸습니다13년 동안 아무도 나를 찾아오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유대교와 절연한 나를 고향의 유대교인들 역시 배신자로 간주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단지 같은 고향사람이기에 죽이려 하지만 않았을 뿐입니다. 그렇게 무료한 세월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일이 일어났습니다.

 

겸손해야 함을  배웠습니다.

 

  내가 다소로 내려가 살고 있는지 13년째 되던 해 어느 날, 뜻밖에 나를 찾아온 사람은, 내가 예수님을 만나 복음전도자로  변신한 후 예루살렘에 올라갔을 때, 나를 사도 베드로에게 소개해 주었던 안디옥교회 목회자 바나바였습니다. 그냥 지나가는 길에 한번 들러본 것이 아니었습니다. 나를 안디옥 교회 공동 목회자로 청()해가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때까지 나는 안디옥 교회 목회자가 되리라는 생각을 꿈에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일이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아마도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바나바를 도구 삼아 친히 나에게 내어 미신 은혜의 손길이었을 것입니다. 13년에 걸친 낙향(落鄕) 기간을 통해 신뢰할 만 한 도구로 내가 성숙해졌다고 여기신 것 같았습니다. 지나고 보니 그동안 내가 너무 나 자신을 과대평가하고 살았던 것 같았습니다. 물론 당시에야 대부분의 유대인들이 예수를 그리스도 메시아로 인정하지 않았기에, 예수의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들을 박해하는 일은 다반사로 있었지만, 아무튼 나는 내가 제일 하나님의 일에 열심인 줄로 생각하고 그렇게 행동하며 살아왔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나중에 예수 그리스도의 음성을 듣고 난 후, 내가 평소 사람들 앞에서 얼마나 교만하고 오만 방자했으며,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는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이 나를 연단시켜 겸손함을 배우게 하신 후에, 바나바를 보내셔서 나를 안디옥으로 불러내신 것으로 믿었습니다. 바나바와 함께 안디옥으로 가서 함께 있으면서 1년간 많은 사람들에게 예수의 말씀을 가르쳤고, 사람들은 그 때에 비로소 우리를 그리스도인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는 황제 글라우디오가 로마를 다스리고 있었는데 예루살렘에 큰 흉년이 들었습니다. 안디옥 교회 성도들이, 예루살렘에 있는 그리스도인들을 돕기 위해 열심히 부조금(扶助金)을 모아서 바나바와 내 편에 보내기로 했습니다. 바나바와 내가 안디옥에서 모아진 부조금을 가지고 예루살렘으로 갔다가 마가와 함께 다시 안디옥으로 돌아왔을 때, 안디옥 교회는 우리를 구브로(Cyprus)’살라미지방으로 보내어, 그곳에 있는 유대인 회당을 돌며 복음을 전하도록 했습니다. 그 후로 나는 세 번 전도여행을 했는데, 지금부터는 내가 전도여행을 하면서 겪은 것들을 이야기하려 합니다. 내가 겪은 일들을 되돌아봄으로 하나님이 우리에게 무엇을 원하시는지, 그분이 나를 사용해 어떤 일을 이루셨는지를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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