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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울 이야기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by ongdalsem 2021. 3. 16.

  사도(使徒) 바울(Paul), 터키 다소에서 로마 시민권자이면서 천막 제조업을 생업으로 하는 유대인의 혈통으로 태어났다. 그는 청년시절에 당대의 석학 가말리엘 문하(門下)에서 공부하고, 장성해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메시아로 인정하지 않는 유대교 경건주의 집단인 바리새인들 중 한 사람으로 예루살렘 지역에서 그리스도인들을 핍박하는 일에 앞장서 있었다. 그리스도인들을 잡으러 다메섹으로 가던 도중에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음성을 듣고, 성령의 충만함을 입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파하는 전도자가 되었다.

 

  그러나 그의 사도됨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유대인들의 박해로 인해 예루살렘을 떠나 고향인 다소로 내려가서 13년 동안 조용히 지내던 중에, 바나바(Barnabas)의 인도로 안디옥 교회의 공동 사역자가 되어 이방인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에 힘썼다. 3회에 걸친 선교여행을 통해 소아시아와 그리스 주변 지역에 많은 교회를 세웠다. 유대인의 박해로 예루살렘에서 체포된 후 로마로 이송되어, 수감되어 있던 수년 동안 로마 권력자들에게 전도하다가 로마에서 순교했는데, 그가 순교한 해가 정확히 언제인지는 기록이 없어 알 수 없다. A. D. 64년에서 68년 사이일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그는 생애에 여러 교회를 순방하면서, 그리스도인들이 당시 유행하던 이단 사설에 속지 말고 올바른 신앙생활을 할 것을 권면하는 많은 서신을 남겼다.

 

  필자는 사도행전의 기록과 바울이 남긴 서신들을 통해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가를 바울의 마음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그래서 사도행전에 기록된 그의 행적과 그가 보낸 편지의 내용을 바울이 직접 구술하는 형식으로 이 글을 쓴다. 할 수 있는 대로 중복되는 내용은 생략하고 핵심적인 것들만 간추릴 것이다. 독자로 하여금 바울의 가르침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에서다. 바울이 여러 교회와 몇몇 제자들에게 보낸 편지들이, 각각 언제 어디서 쓰였는가에 대해 학자들에 따라 여러 주장이 있지만,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가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성경의 편집순서를 대부분 따랐다. 마지막으로, 오늘날 교회 안 밖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접하면서, 바울이 이런 현상을 보았다면 무어라고 말했을까하는 필자의 생각을 바울의 입을 빌어 조금 보태려 한다.

 

I. 인사

 

  나는 사울이라고도 부르는 바울입니다. 나에 관한 이야기는 관록 있는 의사이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듣고 그의 제자가 된 누가(Luke), 내가 죽은 후 몇 년 뒤에 사도행전(Acts)이라는 책을 쓰면서 거기에 잘 설명해 놓았습니다. 그는 한동안 나와 함께 선교여행을 했던 사람이기에 비교적 나에 관한 이야기를 잘 써놓았지만, 내 이야기는 아무래도 내가 직접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이렇게 말하기 시작합니다. 먼저는 내가 어디서 나서 무엇을 하고 살았는가 하는 이야기가 될 것이고, 다음은 아시아 여러 지역교회들과 몇몇 제자들에게 편지로 전한 권면의 내용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시대의 교회와, 교회를 중심으로 신앙생활을 하는 모든 이들에게, 몇 가지 권면을 드리고자 합니다.

 

내가 바라는 것은 아직도 예수 그리스도를 모르는 이들이 이 글을 읽고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救主)로 영접함으로 구원을 받는 일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고, 이미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사람들은 더 성실하게 믿음을 지켜가는 것이며, 세상 모든 교회가 교회의 본질을 바로 세우게 되는 것이고, 하나님의 평안이 여러분 모두에게 항상 함께 하시는 것입니다. 아무쪼록 이 글이 여러분들의 신앙생활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II. 생애

 

  나는 터키(Turkey)공화국 동남쪽에 있는 길리기아(Cilicia) 지방의 중심도시인 다소(Tarsus)에서 태어났습니다. 한참 혈기왕성한 청년시절까지 거기서 살았습니다. 다소는, 로마, 알렉산드리아와 함께 당시 3대 교육도시 중의 하나였습니다. 나는 로마 시민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지만 혈통은 유대인입니다. 유대인 중에서도 베냐민 지파 자손입니다. 부모님은 천막을 만들어 팔아서 살림을 꾸려가셨기에 나도 그 일을 좀 할 줄 압니다. 나는 하나님이 모세를 통해 말씀해 주신 율법을 철저하게 지키며 사는 바리새인이었습니다. 내 주변에는 돈을 주고 시민권을 사서 로마시민으로 당당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이 있지만, 나는 태어나면서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로마 시민권자입니다.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나는 두 개의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하나는 히브리어 이름인 사울(Saul)이고 다른 하나는 헬라어 이름인 바울(Paul)입니다. 아마도 내가 유대인의 혈통을 이어받은 로마시민이기에, 나의 부모가 히브리어 이름과 헬라어 이름을 동시에 지어준 듯합니다. 나는 청년 시절까지 사울이라는 이름을 즐겨 사용했습니다. 후에 본격적으로 이방민족 앞에서 복음을 전할 때, 그리고 헬라 문화권이 지배적인 곳에서는 바울이라는 이름을 사용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내가 스스로를 낮추어 겸손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작은 자라는 의미로 바울이라고 이름을 바꾸었다고 말하는데 그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바울이라는 단어가 작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사울이라는 단어가 크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히브리어로 사울이라는 단어는 크다는 뜻이 아니라 요청하다, 소망하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 말입니다. 사울이든 바울이든 좋을 대로 부르십시오. 그건 별 문제가 되지 않는 것입니다. 나는 외모도 그리 출중하지 못하고 말도 조금 어눌하며, 게다가 작달막한 키에 간질 비슷한 고질병을 앓고 있는 보잘 것 없는 사람인데, 일부러 더 낮출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고국을 떠나 타국에서 사는 사람들은 대개 두 개의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것이 보통입니다. 하나는 모국어로 된 이름이요, 다른 하나는 거주지역의 언어로 된 이름입니다. 나도 그와 비슷한 사정으로 두 개의 이름을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오해하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나중에 헬라 문화권에 있는 지역에서 선교하면서 헬라어 이름을 쓰는 것이 헬라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접근하기가 쉬울 것이라고 생각해서 자주 그 이름을 사용한 것뿐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나를 추켜세우려고 자기들 생각대로 온갖 좋은 말들을 가져다 붙이는 모양입니다만,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나를 미화하려고 하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아무튼 지금은 모든 사람들이 나를 바울이라고 부르므로 나도 나를 그렇게 부르겠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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