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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울 이야기

자랑할 것이 없습니다

by ongdalsem 2021. 3. 16.

  로마는 소아시아 지방 및 유럽지방, 그리고 북부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문화가 발달한 선진국이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로마시민권을 가졌다는 것을 큰 자랑꺼리로 여겼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세상의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나는 철저한 유대교인으로,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는 기독교인들을 박해하는 일에 누구보다도 앞장을 섰던 사람입니다. 내가 예수 그리스도의 종이 되고난 후에 나는 아시아 여러 곳에 보내는 편지에서, 나는 히브리인이요, ‘아브라함의 씨라고 소개했습니다. 나는 태어난 후 8일 만에 할례를 받았고, 이스라엘 족속이요, 바리새인이요, 교회를 핍박하는데 열심이었고, 율법의 의로는 흠이 없는 사람입니다.

 

  나는 당대의 석학 가말리엘(Gamaliel)박사의 문하에서 영재(英才) 교육을 받고 자랐습니다.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일에도 누구보다도 열심이라고 자부하며 살았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예수 그리스도를 만난 후부터는 그리스도를 아는 지식을 가장 고상한 것으로 확신하고 다른 모든 것을 배설물(排泄物)처럼 여기게 되었습니다. 나는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지식 외에는 자랑할 것이 아무 것도 없는 사람입니다.

 

  나는 육신적으로 그리 건강하지 못한 사람입니다. 평소 고질병을 앓고 있었는데 그것이 꼭 사단의 가시 같아서 그것을 제거해 달라고 3번이나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그러나 내가 받은 응답은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라는 하나님의 음성이었습니다. 기도의 응답은 승낙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때로는 거절로 나타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내 뜻과 하나님의 뜻은 다를 수 있는 것이고, 기도는 내 뜻이 이루어지기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구하는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예수께서도 나의 원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 하고 기도하셨지요.

 

  나는 결혼을 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독신주의자라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젊어서부터 하나님의 일을 한다고 뛰어다니다 보니 때를 놓치게 되었고, 굳이 또 다른 이유를 말한다면, 본격적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종으로 복음을 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독신으로 지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그렇게 한 것뿐입니다. 사방팔방을 돌아다녀야 하는 사람이 언제 가정을 돌보겠습니까? 그렇다고 다른 사역자들도 나와 같이 해야 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각자 받은 은혜대로 형편과 처지를 따라 하면 될 것입니다.

 

이상한 소리

 

  내가 전도(傳道)하고 다닐 때는 예수를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믿는 사람들에 대한 유대인들의 박해가 아주 심했던 때입니다. 여호와가 하나님이심을 믿는 대제사장들을 포함해서 대다수의 유대인들은, 하찮은 시골 마을인 나사렛에서 가난한 목수의 아들로 태어나 별다른 학문적 교육도 받지 못하고 자란 예수를 하나님이라고 떠들어대고 다니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예수는 신성을 모독하는 자로, 미친 사람으로 취급했습니다. 그리고 그 예수가 메시아니 어쩌니 하면서 민심을 흉흉하게 하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죽여 없애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도 예수를 바로 알지 못했던 젊은 시절에는 그들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어떤 날유대인들이 예루살렘 교회 교인인 스데반을 돌로 처 죽이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스데반은 그 때 유대인들 앞에서 예수가 그리스도라고 외치고 있었습니다. 마침 내가 그 현장에 있었는데도 스데반을 죽여야 한다는데 한 표 보탰습니다. 그리고 스데반이 돌에 맞아죽는 광경을 보면서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스데반이 죽을 짓을 했지! 맞아죽어도 싸다!’ 나는 예루살렘의 유대인 사회 지도자그룹에 속해 있으면서, 예수를 그리스도라고 믿고 있는 기독교인들을 잡아들이는데 앞장섰던 사람입니다. 그러니 스데반이 돌에 맞아죽는 것을 보고 내가 그렇게 생각한 것은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그 일이 있은 지 얼마 후, 나는 하고 있는 일을 좀 더 잘하기 위해 시리아의 수도인 다메섹(Damascus)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다메섹에 많은 사람들이 예수가 그리스도임을 믿고 그 교훈을 따르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예루살렘에서 기독교인들에 대한 심한 박해(迫害)가 일어났을 때,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는 많은 유대인들이 다메섹으로 도망을 가서 살고 있음을 나도 알고 있었습니다. 나는 어떻게 하든 다메섹으로 가서 그들을 잡아와야겠다고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을 했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내가 믿는 여호와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일이라고 철석같이 믿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나는 대제사장을 찾아가서, 다메섹 지방 여러 고을로 가 예수의 가르침을 따르는 자들을 잡아들여도 좋다는 내용의 공문 을 하나 만들어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나는 대 제사장이 써 준 공문을 들고, 나를 도울 몇 사람들과 함께 의기양양하게 다메섹을 향해 길을 떠났습니다. 다메섹은 예루살렘에서 6백리(240km)쯤 떨어져 있는 곳입니다. 빠른 걸음으로 걸어도 족히 한주일은 가야하는 거리입니다.

 

  다메섹에 거의 가까이 갔을 때는 한낮이었습니다. 조금만 더 가면 된다고 생각하며 걸음을 재촉하고 있는데, 갑자기 하늘로부터 강한 빛이 내려오더니 내 머리 위에 쏟아졌습니다. 나는 너무도 밝은 빛에 눈을 뜰 수 없는데다가, 알 수 없는 힘이 어깨를 누르는 바람에 땅에 고꾸라지고 말았습니다. 머리도 들지 못하고 엎드러져 있는데 내 귀에 이상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사울아, 사울아, 네가 어찌하여 나를 핍박하느냐? 네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아느냐?”

나는 졸지에 당하는 너무도 이상한 일이라, 고개도 들지 못하고 물었습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다시 음성이 들렸습니다.

나는 네가 핍박하는 예수다. 일어나 다메섹 성안으로 들어가라.

 거기 가면 네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일러줄 사람이 있을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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