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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울 이야기

알지도 못하면서

by ongdalsem 2021. 3. 17.

  나와 함께 있던 다른 사람들도 그 소리를 듣기는 했지만, 주위를 둘러보아도 자기들 밖에는 아무 다른 사람이 없어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하고 어안이 벙벙했다고 말했습니다. 내가 눈을 못 뜨고 땅에 엎드러져 있는 것을 보고 그들이 나를 잡아 일으켰는데, 그 때 나는 이미 눈이 멀어서 앞을 볼 수 없게 되어 있었습니다. 그들은 나를 부축해서 함께 다메섹 성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직가(直街)라는 거리에 있는 유다라는 사람의 집에 숙소를 정했는데, 나는 꼬박 3일 동안 아무 것도 볼 수 없는 채로 식음을 전폐하고 누워만 있었습니다. 누워서 생각을 하니 기가 막혔습니다. 나는 그저 기도하는 것 외에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제 어찌해야 합니까? 눈을 뜨게 해 주십시오.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나는 울면서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제가 무슨 잘못한 것이 있습니까?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욕먹어가며 죽어라하고 일한 것뿐인데, 도대체 왜 저를 이런 곤경에 빠지게 하시는 것입니까? 그리고 하나님도 아니고 그리스도도 아닌 예수가 왜 자기를 핍박한다고 말하는 것입니까? 저는 예수를 그리스도라고 전파하며 그의 황당한 가르침을 좇고 있는 무리들을 잡아들이는 일을 한 것뿐인데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닙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하나님의 일을 하는 데는 누구보다도 열심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보상이 겨우 이런 것입니까? 너무 억울합니다. 제가 뭘 그리 잘못 했다는 말입니까? 혹 제가 하는 일이 잘못 되었다면 하나님이 제게 올바른 길을 알려 주십시오. 제가 이제 무엇을 어찌해야 합니까?”

 

  그러기를 사흘 째, 문득 내 마음에 한줄기 깨달음이 왔습니다. 예수가 무덤에서 살아나 부활한 사건은 나도 이미 알고 있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그 예수가 정말 하나님인가? 만일에 예수가 정말 하나님이라면 어떻게 되는가? 만약 그렇다면 그건 내 스스로 하나님을 위해 한다고 한 일이 결과적으로는 하나님을 핍박하는 것이었다는 말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을 하고나니 내 생각이 어리석었다는 것이 깨달아졌습니다. 선지자 이사야의 입을 통해 하늘이 땅보다 높음 같이 내 길은 너희 길보다 높으며 내 생각은 너희 생각보다 높다고 하신 하나님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내 생각에 옳다고 여기는 것들이 하나님이 보시기에는 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내가 뭘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것처럼 착각하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엎드린 채로 하나님 앞에 회개의 기도를 드리는 일 외에 다른 할 일이 없었습니다.

하나님 용서해 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체하며, 잘한다고 한 것이 그렇게 되었습니다.”

 

  사흘 째 되는 날 나는 비몽사몽간에 환상을 보았습니다. 어떤 사람이 방안으로 들어오더니 내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하는데 그동안 잃었던 시력(視力)이 회복되면서 다시 볼 수 있게 되고, 귀에 익은 음성이 다시 들렸습니다. 그것은 사흘 전에 길에서 들었던 예수의 음성이었습니다.

 

너는 내가 바로 세상 모든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 그리스도 메시아임을, 모든 유대인들에게와 모든 이방인들에게 전해야 할 것이다.”

 

마음에 들지 않아도 해야 하는 일이 있습니다.

 

  그 일이 있은 후, 그 성안에 살고 있는 아나니아(Ananias)라는 사람이 나를 찾아왔습니다. 그는 예수의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이었습니다. 서로 인사를 하고난 다음, 그가 나를 찾아온 이유를 말했습니다.

 “내가 어느 날 조용히 기도하고 있는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예수께서 나를 부르시는 소리가 내 귀에 들렸습니다.  ‘아나니아야, 아나니아야!’ 나는 엎드린 채로 대답했습니다. ‘, 저 여기 있습니다. 말씀 하십시오!’ 계속해서 예수의 음성이 들렸습니다. ‘지금 즉시 직가(直街)에 있는 유다라는 사람의 집으로 가서 거기 머물고 있는 사울이라는 사람을 만나 그를 위해 기도해라. 그러면 그의 눈이 다시 보게 될 것이다.’

 

  그 소리를 듣고 내가 말했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그 사람이 누구인지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가 예루살렘에서 그리스도인들을 때려잡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는 것을 여기서도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가 여기에 온 것도 여기 있는 그리스도인들을 잡아가려는 목적임을 우리가 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자를 찾아가 도우라니요? 저는 못하겠습니다!’ 그렇게 볼멘소리를 하는 나에게 다시 예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비록 네 마음에 들지 않겠지만 그래도 내가 이르는 대로 해라. 나를 위해 하는 일인데 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지 않겠다는 것이냐? 그러지 말고 가서 그를 위해 기도해 주어라. 그는 내 이름을 모든 유대인들의 자손들과 모든 이방인(異邦人)들에게 전하기 위해 내가 선택한 그릇이다!’

 

  예수를 믿는다는 사람이 어찌 그의 말씀을 거역할 수 있겠습니까? 나는 더 이상 불평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고 그의 말씀을 따라 이렇게 찾아온 것입니다. 당신이 이리로 오다가 만난 그 예수께서, 나더러 당신에게 안수하고 당신을 위해 기도함으로, 당신의 눈을 뜨게 하라 하셨습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난 아나니아가 손을 내 머리에 얹고 기도했습니다.

 “하나님의 성령이여, 지금 사울이 눈을 뜨게 해 주십시요!”

 

  아나니아가 기도를 마치자 내 눈이 밝아져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나는 즉시 일어나 감사의 인사를 하고 그 자리에서 세례를 받은 다음 음식을 먹었습니다. 며칠간 요양을 하고 기운을 차린 후 일어나 회당(會堂)으로 갔습니다. 내가 회당에 나타나자 사람들은 겁을 먹고 서로 말했습니다.

 “저 사람 우리 잡으려고 온 사람이잖아!”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내가 사람들 앞에서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이심을 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서로를 돌아보며 수군댔습니다. ‘이게 어찌된 일이야? 저사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예수 믿는 사람을 잡아들이는 일에 앞장섰던 사람인데, 저 사람이 여기 온 것도 예수 믿는 사람들 잡아가려고 온 것인 줄 우리가 다 아는데,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갑자기 변할 수가 있지?’

 

  며칠 전까지만 해도 예수 그리스도를 대적하는 자리에 있던 사람이 갑자기 그의 편에 서 있게 된 것입니다. 도무지 알 수없는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어찌 사람이 다 헤아려 알 수 있겠습니까? 분명한 것은, 하나님이 역사하시면 사람 변하는 거 눈 깜짝하는 순간에 일어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 변하는 거 시간문제입니다.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변하는 것이고, 옛 사람이 아닌 새로운 피조물이 되는 것입니다. 그 후로 나는 다메섹 여러 고을로 다니며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이심을 열심히 전했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