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은 소위(所謂) 종교개혁 운동이 일어난 지 500주년이 되는 해다. 종교개혁은, 1517년 마르틴 루터가 부패한 로마 가톨릭교회를 개혁하기 위해, 독일의 비텐베르크 대학교의 교회 정문에 95개조의 격문을 내건 것을 시작으로 일어났다. 그리고 그것이 오늘날 개신교(기독교)로 발전했다. ‘종교개혁(reformation)’이라는 말은, ‘다시 형성하다’, ‘새롭게 만들다’, ‘되살리다’라는 뜻의, 라틴어 동사 ‘레포르모(reformo)’에서 나온 말이다.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기독교가 종교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다. 기독교가 종교라면 세상에는 기독교 말고도 다른 종교가 더 있다. 그렇다면 기독교가 개혁운동을 한 것은 교회개혁운동이지 종교개혁 운동이 아니다. 종교란 무엇이며 기독교는 종교와 어떤 관계에 있는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래야 기독교 안에서 일어난 신앙 개혁운동을, 종교개혁이라고 해야 하는지 교회 개혁이라고 해야 하는지가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종교(宗敎)란 특정한 믿음을 공유하는 이들로 이루어진 신앙공동체와, 그들이 가진 신앙 체계를 말하는 것으로, 초자연적인 절대자에 대한 믿음을 통해, 인간 생활의 고뇌를 해결하고 삶의 궁극적 의미를 추구하는 일, 또는, 그러한 믿음의 체계나 가르침을 통틀어 말하는 것이며, 세상에는, 애니미즘이나 토테미즘과 같은 원시 종교를 포함하여, 기독교, 불교, 이슬람교 등 여러 형태의 종교가 있다. '종교(宗敎)'라는 말은 본래 산스크리트어를 한역한 불교 용어로, 중국에 불교가 전래되었을 때, ‘근본이 되는 가르침’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Siddhanta Desana’를 한자(漢字)로 표기한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종교란 사람이 신을 찾아 구원을 받으려는 행위에서 만들어진 것이지만, 기독교는 하나님이 인간을 찾아 오셔서 구원의 길을 제시해 주신 것이기에, 기독교는 이 세상에 있는 종교 중 하나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기독교는 종교가 아니라 생명’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종교가 아닌 기독교가 스스로 종교개혁을 했다고 말하는 것은 더욱 논리에 맞지 않는다. 그것은 기독교는 종교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기독교 스스로, 자신이 세상 많은 종교 중 하나임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루터 이전에 이미 세상에는 많은 다른 종교가 있었다. 그러므로 이제는 종교개혁이란 용어를 기독교에서 사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기독교가 세상에 있는 여러 종교 중 하나이긴 하지만, 세상에 있는 모든 종교가 기독교는 아니기 때문이다. 기독교는 세상의 모든 종교를 개혁한 것이 아니다. 마틴 루터는 세상 모든 종교를 개혁하려 한 것이 아니라, 오직 기독교 공동체인 교회를 개혁하려 한 것이다. 그러기에 교회개혁운동이라고 말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독교가 ‘종교개혁이라는 말을 계속 사용하는 것은, 다른 종교에 대한 오만이며, 기독교는 종교가 아니라 생명이라고 주장하는 주체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자기모순(自己矛盾)에 빠지는 것이다.
(옹달샘)
'목동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중이 좋아야 한다 (0) | 2020.09.20 |
---|---|
요한 처럼 살지 않으려면 (0) | 2020.08.30 |
모든 살아있는 것에는 고통이 따른다. (0) | 2020.08.08 |
계약(契約/Contract)과 언약(言約/Covenant) (0) | 2020.08.08 |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0) | 2020.06.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