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契約/Contract)과 언약(言約/Covenant)

계약(契約/Contract)

  계약(契約)은 일반적으로, 계약 당사자 간에 서로 주장할 권리와 이행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약속을 말하는 것이다. 당사자 간의 합의(mutual assent)에 의해, 법적(法的) 구속력(拘束力)이 있는 약속(legally enforceable agreement or promise)을 하는 것이다. 

  문자(文字)를 사용해, 계약 당사자 간의 채권(債權)과 채무(債務) 관계를 소정 양식을 갖춘 서류로 정하는 것을 서면계약(書面契約/Writing Contract)이라고 하고, 소정 양식을 갖춘 서류로 하지 않고 말로 하는 약속을 구두계약(口頭契約/Oral contract)이라고 한다.

  계약 당사자 간에 서로 상대방을 위해 이행해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 이를 쌍무계약(雙務契約/Bilateral contract), 또는 쌍방계약(雙方契約)이라고도 한다. 쌍무계약은 당사자의 권리와 의무에 대한 쌍방의 합의가 있어야 성립되는 계약이기 때문이다. 일정한 양식을 갖춘 서면으로 계약(契約)하는 서면계약 외에 말로만 하는 구두계약(口頭契約/Oral contract)도, 쌍무계약(雙務契約), 또는 쌍방계약(Bilateral contract)이다. 계약 당사자 간에 서로 상대방에게 주장할 권리와 상대방을 위해 이행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계약 당사자중 어느 한쪽에만 이행할 의무가 있는 계약을 할 수도 있는데, 그런 계약을 편무계약(片務契約/Unilateral contract), 또는 일방계약(一方契約)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한쪽은 계약 내용을 이행할 의무가 있지만, 다른 한쪽은 계약내용에 대해 아무런 이행할 의무가 없는 계약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계약은 보통, 계약 당사자 서로 간에 계약 내용을 주장할 권리와 이행할 의무를 지니는 것을 조건으로 맺어지는 것이기에, 사실상 편무계약, 또는 일방계약이라는 말은 성립될 수 없는 말이고, 일방적 약속(約束)이라고 말할 수는 있다.

  혼자 스스로 어떤 일을 하려고 다짐을 하면서 그것을 계약을 했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런 것은 굳이 서로 계약을 맺을 필요가 없다. 내가 꼭 그렇게 하겠다고 상대방에게 어떤 시혜(施惠/은혜를 베푸는 것)약속을 할 수는 있지만, 그것은 서로 간에 어떤 반대급부(反對給付)를 전제로 하는 계약을 맺은 것이 아니다. 상대방의 의사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일방적인 약속을 받은 사람은 약속한 사람에게 그 약속을 이행하라고 주장할 권리가 없고, 약속을 한 상대방에게 어떤 반대급부를 이행해야 할 의무도 없다. 시혜(施惠)는 계약(契約)이라고 말할 수 없다.

언약(言約/Covenant)

  성경에는,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일방적으로 하신 약속(約束)이 있다. 그것을 성경에서 언약(Covenant)이라고 한다. 신약에서 언약을 뜻하는 단어로 사용된 헬라어 ‘디아데케(διαθ?κη)’는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 한 집단에 의해 일방적으로 제기되고, 다른 한 집단은 그저 순종할 뿐 거절할 수 없는 협약, 또는 협정을 의미하는 말이다. 언약이라는 뜻을 가진 또 다른 헬라어 단어는‘신데케(φ?νθ?κη)’인데, 그것은 동등한 관계에서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지는 두 사람간의 계약’을 말하는 것이다.

  하나님이 사람에게 하신 축복(祝福) 약속과, 구원(救援) 약속은, 사람들이 하나님에게 계약을 맺자고 요청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그래서 그것을 하나님의 은혜(恩惠)라고 말한다. 은혜(恩惠)는, 수혜(受惠)자인 사람의 의사와 상관없이 주어지는 시혜(施惠)자 하나님의 일방적(一方的)인 약속이다. 일방적인 약속은, 상대방에게 이행해야 할 의무 때문이 아니라, 상대방을 위해 베푸는 희생(犧牲)을 전제로 하는 약속을 말하는 것이다. 성경에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언약(Covenant)을 세우셨다는 기록이 있다.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 있다.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에게 세우신 언약은 일방적인 은혜인가, 아니면 수혜자에게도 일정 부분 그 은혜에 대한 의무(義務)가 따르는 쌍무적인 계약인가? 하나님의 말씀을 거역한 아담과 하와의 죄로 인해 모두 죽어야 하는 사람들에게 하나님이 하신 축복 언약(구약)과 구원 언약(신약)은, 사람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하나님 편에서 일방적으로 정하신 약속이다. 

  하나님의 언약은 하나님 편에서 일방적으로 하신 것이기에, 어떤 이는 성경에서 하나님이 아브라함이나 이스라엘 백성과 세우신 언약을 편무계약(片務契約), 또는 무상계약(無償契約)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그것은 바른 말이 아니다. 하나님의 약속은 은혜로 주어지는 것이지, 하나님이 사람에게 이행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성경에서 하나님이 사람에게 은혜로 베푸신 약속은 모두 하나님이 일방적으로 하신 언약, 즉 은혜 약속이다.

  구약(옛 언약)이든, 신약(새 언약)이든, 하나님이 베푸신 은혜 약속을 받아 누리기 위해서 사람에게 주어진 의무가 있는데, 그것은 하나님의 말씀을 받아들이고 순종하는 것이다. 언약의 주도권은 언제나 하나님에게 있는 것이고 사람은 수혜자일 뿐이다. 그러나 구약에 하나님이 모세를 통해 사람과 맺은 언약은, 대부분 율법을 지키면 복을 받지만 그렇지 않으면 저주(詛呪)를 받는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이 주신 율법을 지키든 안 지키든 무조건 하나님의 은혜 축복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는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신 언약도 쌍무계약의 성격이 있음을 부인(否認)할 수 없다. 사람이 하나님의 명령을 지켜야 하는 것은 의무이지만, 하나님이 사람에게 복을 내리시는 것은 하나님의 의무가 아니라 은혜이기에, 이를 하나님과 사람 사이의 쌍무계약이라고 말할 수 없을 뿐이다.

하나님의 언약(言約)과 사람의 의무(義務)

  엄격히 말해, 일방적인 언약은 상대방의 반응과는 아무 상관이 없이 행해지는 것이다. 하나님이 사람을 축복하시고 구원하시기로 일방적으로 작정하신 것이다. 하나님이 사람을 축복하시고 구원하시기로 일방적으로 작정하셨으면, 축복을 받거나 구원을 받기 위해서 사람이 해야 할 일은 아무것도 없다. 축복과 구원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하나님으로부터 축복을 받고 구원을 받기 위해 무슨 일을 한다 해도, 그것이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보상이 되지는 않는 것이다.

  생각해 볼 것이 있다. 하나님의 은혜에는 일반(一般) 은혜와 특별(特別) 은혜가 있다. 하나님이 땅에 햇빛을 비추시고 비를 내리시는 것은, 사람이 무엇을 잘 해서 그렇게 하시는 것도 아니고, 하나님이 사람에게 무엇을 요구하지도 않으신다. 하나님이 내리시는 일반은혜에는 그 은혜를 받는 자들에게 아무 요구하시는 것이 없다. ‘너희가 무엇 무엇을 하면 내가 햇빛을 비추고 비를 내리겠다’고 말씀하시지 않았다. 그냥 비취시고 내리시는 것이다. 그런 것을 가리켜 일반은혜라고 말한다. 그러나 성경이 말하는, 하나님이 사람에게 하신 축복은혜와 구원은혜는 성격이 좀 다르기에, 그것을 하나님의 특별은혜라고 말할 수 있다.

  성경에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하신 약속이 있다.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말씀하시기를, ‘너는 너의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네게 보여 줄 땅으로 가라. 내가 너로 큰 민족을 이루고 네게 복을 주어 네 이름을 창대하게 하리니, 너는 복이 될지라. 너를 축복하는 자에게는 내가 복을 내리고 너를 저주하는 자에게는 내가 저주하리니, 땅의 모든 족속이 너로 말미암아 복을 얻을 것이라’고 하셨다.(창 12:1-3) 

  그 때, 세상에는 아브라함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만 이 약속을 하셨다. 그러기에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하신 축복약속은 세상 모든 사람이 아니라 아브라함에게만 내리신 특별은혜로 보아야 한다.

  하나님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사람에게 약속하신 구원은혜는, 일반 은혜인가 특별 은혜인가? 구원이 만인에게 내리시는 일반 은혜라면, 사람이 해야 할 일은 아무것도 없다. 성경은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누구든지 저를 믿는 자마다 멸망치 않고 구원을 얻을 것’(요3:16, 11:25-26)이라고 말한다. 하나님이 구원의 은혜약속을 하셨는데 그 약속을 받아 누리기 위해서는 ‘저를 믿어야 하는’ 조건이 붙어있는 것이다. 

  하나님의 은혜로 주어지는 구원이 일반적인 것이 아니고 제한적이라는 말이다. 내버려 두면 모두 멸망하게 될 사람을 축복하시고 구원하시기로 작정하신 것은 하나님의 일방적인 은혜약속이다. 그러나 그 은혜약속이 내 것이 되기 위해서는 내가 하나님의 말씀을 지켜 행해야 하고,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어야 한다.

  하나님이 특정 대상에게 내리신 특별은혜는, 그 은혜를 받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있다.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축복을 받으려면, 아브라함은 반드시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약속된 은혜를 받을 수 없다. 

  하나님이 여호수아에게, ‘모세가 네게 명령한 그 율법을 다 지켜서, 우로나 좌로나 치우치지 말 것이며, 그 안에 기록한대로 다 지켜 행하면, 어디로 가든지 형통할 것’이라고 약속하셨다.(수1:7-8) 여호수아가 하나님이 약속하신 형통의 은혜를 입기위해서는, 우로나 좌로나 치우치지 않고 율법을 다 지켜 행해야 하는 것이다. 수혜(受惠)자가 감당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말이다. 

  하나님은, 특별은혜를 받은 이스라엘 백성이 율법의 말씀을 지켜 행하지 않으면, 축복을 받게 되는 것이 아니라 저주(咀呪)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신28:15-19)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복을 주시기로 일방적으로 언약을 하셨지만, 만약 그들이 하나님이 그들에게 명하신 율법을 지키지 않으면, 주시기로 약속하신 축복을 거둘 것이고, 그들은 저주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이스라엘 백성이 율법을 지켜야하는 것은, 하나님이 언약하신 은혜축복을 받아 누리기 위해 그들이 지켜 행해야 하는 의무임이 분명하다.

  하나님의 축복 은혜와 구원 은혜는, 하나님의 말씀을 지켜 행하는 사람과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는 자에게만 주시는, 하나님의 특별 은혜라고 할 수 있는 것이고, 이 특별은혜를 입은 사람은 하나님이 축복하시고 구원하시는 특별은혜를 받기에 합당한 의무 즉, 율법을 지켜 행해야 하고, 예수를 그리스도로 구세주로 믿어야 하는 것이다. 

하나님이 언약하신 은혜축복을 받아 누리기 위해 하나님이 명하신 울법을 지켜 행는 것이 의무가 아니고, 하나님이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는 자를 구원하신다고 말씀하셨는데 사람이 구원받기 위해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것이 의무가 아니라면, 하나님은 그가 명하신 울법을 지켜 행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축복하시고, 예수 그리스도를 믿지 않는 사람도 구원하신다는, 이상한 논리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일반 계약(Contract)은 쌍무적(雙務的)인 것이지만, 하나님의 언약(Covenant)은 일방적(一方的)인 것이라고 단정지어 말하기에는 조금 무리(無理)가 있다.

(옹달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