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성경 해석의 문제들

하나님(God)과 말씀(Word)

by ongdalsem 2021. 2. 9.

태초에 말씀(Word)이 하나님(God)과 함께 계셨고 그 말씀이 곧 하나님이라는 것에 대하여.

 

  요한복음서 기록자인 요한은 헬라어로 성경을 기록했다. 헬라어 성경에는 요한복음 1장 1절이‘ Ἐν ἀρχῇ ἦν ὁ Λόγος, καὶ ὁ Λόγος ἦν πρὸς τὸν Θεόν, καὶ Θεὸς ἦν ὁ Λόγος.’ 라고 되어있다. 창세기 1장 1절에는,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고 했다. 그런데 한글 성경 요한복음 1장 1절에는, ‘태초에 말씀(Λόγος / Logos)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Θεὸς / God)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Logos)은 곧 하나님(God)이시니라.’ 라고 번역되어 있다.

 

  로고스(Logos)가 하나님(God)이요 하나님(God)이 곧 로고스(Logos)’라고 함으로, 하나님(God)과 로고스(Logos)가 동일한 것임을 말한 것이다. 그리고 계속해서 요한은, ‘만물이 '그'로 말미암아 지은 바 되었으니 지은 것이 하나도 그가 없이는 된 것이 없느니라’고 했다.(요 1:3) 여기서 말하는 ‘그’는 ‘로고스’(Logos)로 표현된 ‘창조주 하나님’(God)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것(Logos)을 ‘하나님으로부터 나온 행위적인 말씀’(Word of God)으로 번역해 놓은 것은 무리가 있다.

 

  그냥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고 하면 될 것을 왜 이렇게 복잡하게 말했을까? 그것은 요한이 살고 있던 시대적 상황과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요한은 유대인이지만 헬라문화권에서 살았다. 헬라문화는 ‘천지 창조의 근원을 로고스(Logos)’라고 말한다. 따라서 요한이 ‘로고스’라는 말을 여기에 쓴 것은 헬라문화권에 있는 독자들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요한이 요한복음을 기록할 당시는 헬라 문화가 세계를 지배하던 때였다. 헬라문화권에서는 우주 존재의 근본을 ‘로고스’(Logos)라고 인정함으로, 요한은 그 ‘로고스’가 곧 히브리 문화권에 살고 있는 유대인들이 말하는 천지를 창조하신 ‘여호와 하나님’(God)과 같은 존재임을 말하고자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영어 성경에서는 이 ‘로고스’를 ‘Word’로 번역했고 이것을 한글 성경에서는 ‘말씀’이라고 번역했다. 여기에서 사용된 ‘말씀’(Word)이라고 번역된 헬라어 단어의 원문은 ‘로고스’(Logos)다. 헬라어 ‘로고스’(Logos)는 헬라철학에서 세상 모든 존재의 본질적 근원, 즉 ‘창조주’를 뜻하는 말로 쓰이며, 이성(理性) 또는 언어를 뜻하는 단어로도 쓰이고,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것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어떤 사람들은, 이것을 기초로 ‘하나님(God), 곧 말씀(Word)이 천지를 창조’하신 것 같이, 사람의 말에도 창조력이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서 어떤 이는, 문인(文人)이 글을 쓰는 것이 바로 ‘말(言語)을 통한 창조행위’라고도 한다. 이쯤에서 생각해볼 것이 있다.

 

  헬라어 ‘로고스’(Logos)는 ‘말씀’(Word)이라는 하나의 단수적 의미로만 해석할 수 없는 말이다. 그렇다면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고 번역한 것은 분명한 오역(誤譯)이다. 필자는 성경이 틀렸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분명하게 번역할 수 없는 말은 원래의 말 그대로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로고스’라고 하면 창조주라는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말씀’이라고 하면 ‘창주주의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고 ‘창조주의 행위’가 떠오른다. 하나님이 말씀(언어명령)으로 천지를 창조하셨다는 기록은 창세기 1장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하나님은 ‘빛이 있으라’ 하셨고, ‘천하의 물이 한곳으로 모이고 뭍이 드러나라’고 하셨으며, ‘풀과 씨 맺는 채소와, 종류대로 씨가진 열매 맺는 나무를 내라’고 하셨다.(창 1:3,9,11) 모두 말씀(언어명령)으로 명하신 그대로 되었다.

 

  그렇다고 천지 만물이 모두 언어명령으로 창조된 것은 아니다. 어떤 때는 구체적인 작업을 하시기도 했다. 하나님은 ‘빛과 어두움을 나누셨’고, ‘물과 물을 나누셨’다.(창 1:4,6) 그런가 하면 하나님이 사람을 만드실 때는 사전에 계획을 세우시고 흙을 모아 만드는 작업을 직접 하시기도 했다.(창 2:7,19) 성경의 기록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이 말씀으로 천지를 창조하셨다고 천편일률적으로 말하는 것은 해석의 오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말씀’으로 번역된 헬라어 ‘로고스’ 본래의 뜻을 살리려면, 태초에 하나님이 말씀으로 이 세상을 창조하셨다고 추상적으로 해석하기보다는, ‘하나님은 이성 그 자체’이심으로 ‘하나님은 세상을 무질서하게 지으신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안에 있는 그 이성적 질서에 의해, 구체적으로 하나님 자신이 직접 창조하셨다’고 해석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요한이 ‘만물이 그로 말미암아 지은 바 되었다’고 기록한 요한복음 1장 3절의 ‘그’는 ‘로고스’ 즉, 하나님을 가리키는 헬라어 표현이다. 따라서 이 말씀은, 세상 모든 만물은 하나님이 지으신 것임을 강조한 것이지, 하나님이 곧 말씀(언어명령)임을 말하고자 함이 아니다. 그러므로, 요한복음 1장 1절에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니라고 번역한 것은 분명 번역상의 오류다. 그 구절은, ‘태초에 창조주(Logos)가 계시니라. 이 창조주가 하나님(God)과 함께 계셨으니, 이 창조주(Logos)가 곧 하나님(God)시니라’로 번역했어야 했다. 요한복음을 제외하고 성경 어는 곳에도 말씀(Word)이 곧 하나님(God)이라는 기록이 없다.

 

그리고 요한복음 1장 14절,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라는 말씀도, ‘창조주 하나님(Logos / God)이 육신(肉身)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로 번역해야 한다. 창조주 하나님이신 그리스도(독생자/獨生子)가, 육신의 몸을 입고, 예수라는 인간의 몸으로 이 땅에 오셔서, 인간의 죄를 담당하시려고 십자가 고난을 당한 것이다.

 

(계속)